불법 사이트는 어떻게 ‘사업’이 됐나…K-콘텐츠 침해, 운영자 처벌로 대응해야

불법 사이트는 어떻게 ‘사업’이 됐나…K-콘텐츠 침해, 운영자 처벌로 대응해야

불법 스트리밍과 웹툰 사이트는 이제 개인이 콘텐츠를 무단으로 올리는 수준을 넘어, 여러 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며 광고와 후원으로 수익을 내는 조직형 범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해외 서버와 고도화된 기술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는 만큼,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만으로는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도 K-콘텐츠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이용자와 콘텐츠 단위의 대응을 넘어, 불법 사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체를 추적해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5조원대 피해에도 남는 과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불법유통 대응을 맡고 있는 박전성 콘텐츠거버넌스 팀장은 불법유통이 개인의 일탈에서 조직화된 범죄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조직이 수십 개의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고, 해외 서버를 활용해 수사망을 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누티비 운영자는 약 5조원 규모의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형량이 징역 4년 6개월로 늘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형이 가중됐음에도 피해 규모와 불법유통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고려하면 처벌이 충분한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법유통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이 해외로 도피하거나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는 신병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자국민을 한국으로 인도한 사례가 있었던 반면, 브라질은 인도를 거절한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국경을 넘어 운영되는 사이트에 대응하려면 국내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이트를 닫아도 운영자는 다시 나타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조직 ‘피콕(P.Cok)’을 출범시켰습니다. 대응 방식은 ‘삭제-추적-운영자 특정’의 세 단계로 이뤄집니다. 불법 게시물을 내리는 데서 끝내지 않고, 사이트 운영 구조와 책임자를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이 같은 대응으로 국내 대형 불법 사이트 아지툰 운영자 검거에 기여했고,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운영되던 주요 불법 사이트 40여 곳을 폐쇄했다고 박 팀장은 밝혔습니다. 다만 사이트가 폐쇄된 뒤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다시 만들어질 수 있어, 운영자를 겨냥한 수사와 국제 공조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박 팀장은 침해 피해 규모를 산정할 공신력 있는 기준도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불법 사이트의 트래픽, 광고수익, 후원금 자료는 운영자가 감추기 쉽습니다. 피해를 입은 창작자나 권리사가 이를 직접 확보해 손해액을 증명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이유입니다. 기존 조사 자료만으로는 최근 빠르게 확산된 글로벌 불법유통 피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웹툰 불법복제 수익과 배상액의 간극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 회장인 만화가 김동훈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의 손해배상 결과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관련 소송에서 작품당 배상액은 300만원에 그쳤다는 설명입니다.

밤토끼에는 하루 평균 110만명이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운영자가 도박사이트 광고료로 최소 9억 5,000만원을 얻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실제 수익은 이보다 컸을 수 있다는 업계의 시각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불법 사이트가 얻는 수익과 창작자가 받는 배상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불법 수익을 환수하는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불법유통의 피해는 콘텐츠 시장 밖으로 번진다

온라인 저작권 침해는 창작자와 콘텐츠 기업의 매출에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불법 사이트가 이용자를 도박이나 불법 약물 등 다른 범죄로 유인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청소년을 포함한 이용자가 불법 사이트에 노출되면서 피해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이버렉카와 가짜뉴스가 K-엔터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피해도 세미나에서 다뤄졌습니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가짜뉴스가 기업 재무와 산업 전반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발표에서 제시된 추산에 따르면 음악·방송·영상·영화 분야의 매출 감소액은 1,749억 1,000만원, K-콘텐츠 부가가치의 직접 피해는 494억 2,000만원 규모였습니다. 공동 평판에 미치는 외부효과 피해는 3,223억 8,000만원으로 추정됐습니다.

필요한 것은 차단을 넘어선 추적과 공조

세미나에서 나온 제안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불법유통 피해를 객관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콘텐츠 삭제와 접속 차단을 넘어 사이트 운영자를 찾아 책임을 묻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셋째, 해외 거점을 둔 사이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터폴과 주요 국가 수사기관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불법 사이트를 하나 폐쇄하는 것만으로 침해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운영자와 수익 구조를 함께 추적하고, 범죄로 얻은 이익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체계가 마련돼야 창작자의 피해를 줄이고 불법유통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불법유통은 남는 장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실제 제도와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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